일상의 기록

도서관의 희노애락 01

모난이 2016. 10. 7. 00:47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사물함이 없어 책을 짊어지고 욕하면서 다니길 한달 쯤, 마침내 사물함을 배정받아 깃털같은 가방을 매고 집에 걸어가는 길이 신났었다.


도서관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쌓여가는데, 어디다 써놓으면 좋겠다 싶어 만들어놓은 블로그에 남겨본다.



#1 울지마요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분노의 기운을 뿜으며 공부(?)를 한다.

그리고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후, 운다.

조용하게 훌쩍거리며 울지만 상심이 나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 7급 발표가 났던데,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마음으로 위로를 전했다. 



#2 웃픈 천둥소리


늦은 저녁, 조용한 열람실에 갑자기 천둥이 친다.

곤히 잠든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다, 다른 놀란 아주머니랑 눈이 마주쳐 웃었다.

옷차림을 보니 퇴근하고 온 것 같은데-


엎드려 주무시는 뒷모습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집에 가서 편하게 주무세요...



#3 도서관의 흐름


도서관에 다녀보니, 여기도 흐름이 있다. 


(요일의 흐름) 

일단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가더라도 월요일에 사람이 많다. 

그리고 갈수록 줄어든다. 의지의 변화 그래프가 보이는 듯 하다. 


(시즌) 

요즘은 중고딩 시험기간, 수능, 공인중개사 시험 시즌이다. 

전체열람실은 중고딩으로 바글바글하고, 성인열람실은 중년들로 가득하다.


(마이웨이)

좀 더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고시생이나 회계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 고정석이 있고, 루틴하게 공부한다. 매일 보니 밖에서 보면 인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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