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사물함이 없어 책을 짊어지고 욕하면서 다니길 한달 쯤, 마침내 사물함을 배정받아 깃털같은 가방을 매고 집에 걸어가는 길이 신났었다.
도서관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쌓여가는데, 어디다 써놓으면 좋겠다 싶어 만들어놓은 블로그에 남겨본다.
#1 울지마요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분노의 기운을 뿜으며 공부(?)를 한다.
그리고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후, 운다.
조용하게 훌쩍거리며 울지만 상심이 나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 7급 발표가 났던데,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마음으로 위로를 전했다.
#2 웃픈 천둥소리
늦은 저녁, 조용한 열람실에 갑자기 천둥이 친다.
곤히 잠든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다, 다른 놀란 아주머니랑 눈이 마주쳐 웃었다.
옷차림을 보니 퇴근하고 온 것 같은데-
엎드려 주무시는 뒷모습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집에 가서 편하게 주무세요...
#3 도서관의 흐름
도서관에 다녀보니, 여기도 흐름이 있다.
(요일의 흐름)
일단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가더라도 월요일에 사람이 많다.
그리고 갈수록 줄어든다. 의지의 변화 그래프가 보이는 듯 하다.
(시즌)
요즘은 중고딩 시험기간, 수능, 공인중개사 시험 시즌이다.
전체열람실은 중고딩으로 바글바글하고, 성인열람실은 중년들로 가득하다.
(마이웨이)
좀 더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고시생이나 회계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 고정석이 있고, 루틴하게 공부한다. 매일 보니 밖에서 보면 인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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