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12

나를 어여삐 여기기

새해가 되면서, 1년 동안 꾸준히 밀린 일을 겨우 다하고나니까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일도 더 효율적으로 해내고 싶고, 공부도 성실히 하고 싶고, 운동도 꾸준히 나가고 싶어서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마음을 먹고 일상을 다시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고서는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고 공부는 커녕 허덕이면서 퀘스트만 겨우 깨는 날들이 하루 이틀 지속되자 금새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래도 할 일은 해내고 있었건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일상의 내 모습 간의 간극이 나를 또 불만족스럽게 만들었다.나에 대한 불만과 화는 익숙한 우울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그래도 이런 마음의 전쟁 시나리오는 나에게 익숙한 것이어서 알아차렸고, 마음을 다독여보려 노력했다.  잘하고 싶구나, 잘 살아내..

일상의 기록 2025.02.08

밥벌이의 슬픔과 기쁨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지만 이번 주 퀘스트를 무사히 깨기 위해서 머리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고 마음 분주하게 일하러 나왔다. 빡세게 쓰고, 운동까지 가야하는 일정인데 시간이 빠듯하다.  내가 멈추면 언제든지 멈추어지는 일이라서(나만의 불안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달리게 되는, 달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다.  조급하게 막 달리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고단함이 있다. 이런게 으른의 삶인가 싶다가 좀 고달프기도 하고, 엄마 아빠 생각도 난다.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고 좀 도닥여주고 싶어서 잠시 멈추고 글을 쓴다.대견하게 잘 살고 있구나. 토닥토닥//   이제 다 쉬었으니 할 일을 하렴

일상의 기록 2024.07.03

근로 의욕을 상승시키는 미식의 즐거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평양냉면 맛집에 가보았다. 때를 놓쳐 3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내 앞의 대기팀이 116팀이었다. 띠로리...기다릴지 말지 고민했지만 언제 또 와보겠나 싶어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을 죽이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려니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지금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마음을 달래며 대기인원을 새로고침하면서 예상 시간을 짐작해보고... 괜히 전자책도 좀 들춰보다보니 어느새 15팀! 급하게 가는데 대기팀이 갑자기 너무 빨리 줄어서 조급한 마음에 뛰기까지 했다.무사히 입성! 맛있었다. 평양냉면, 비빔냉면, 양념갈비 모두 괜찮았다. 간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딱 좋았다.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일 때문에 예민해진 마음이 한껏 누그러..

일상의 기록 2024.06.09

긴 여정의 마침표

2017년 3월부터 시작한 6년의 길고 긴 여정이 끝나간다. 끝이 난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지난 주 처음으로 일요일 저녁에 월요병 증상이 없었고, 퇴근 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생경하다. 뭐 하나 쉬운 과정은 없었다. 그래도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잘 하고 싶은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 좋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나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공부할 것도, 경험하면서 익혀야 할 것들도 무지 많다. 이것저것 도전해보며 시야를 넓히고 나에게 잘 맞는 옷을 골라가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만나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이기를. 이곳에서의 시간과 만남을 따뜻하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기를. 지금 내가 ..

일상의 기록 2024.02.07

마음의 민낯을 본다는 것

소진을 계기로 시작한 상담이 어느새 2년이 되어 간다. 비대면으로 시작해서 선생님의 실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디서도 못할 이야기를 하며 눈물콧물을 다 빼곤 했다. 상담은 돈 내고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을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속이 후련하게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는 시간도 필요한 것이지만 거기에 그친다면 이 상담이 건강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마음에 맺힌 이야기들을 꺼내고, 또 꺼내고 나면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던 마음의 민낯이 빼꼼 얼굴을 내미는 것 같다. 그 민낯은 별로 예쁘지가 않아서 조금 씁쓸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헷갈려 혼란스러운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일상의 기록 2023.12.21

감사하는 마음

괜시리 위축되고 스스로가 비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유독 많았던 최근이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느끼면서 참 속상했다. 이 마음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고, 당장 어떻게 바꾸기도 힘들거다. 쭈글쭈글하게 살다가 문득, 내가 인생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조건없이 나를 좋아해주고, 그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해주는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좀 나아진다. 고마움이 속상한 마음을 도닥여주는 것 같다. 나도 선물같은 마음을 더 많이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일상의 기록 2023.06.07

나는 프로적응러가 아니었음을...

2021년, 2월의 첫째날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순간 나즈막한 욕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는데, 내뱉고보니 2월 1일이 왜 싫은거지? 싶었다. 적응하느라 용을 썼던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자리도 없는 난민 신세지만 그래도 몹시 긴장되었던 시기가 조금은 지나갔다. 1달 동안 종종 거리다가 문득 한 달이나 지나고보니, 적응하느라 더럽게 고생 많았던 시간들이 스쳐가서 욕이 튀어나오면서 궁시렁 거렸나보다. 나름 폭넓은 경험을 해오면서 스스로를 적응의 달인쯤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적응은 어렵고 고단한 일이었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스스로의 상태를 잘 자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통제감이 생기는 과정도 잘 알아차리고 있다. 알아차린다고 불안..

일상의 기록 2021.02.01

그놈의 눈치

사람 마음이 (내가 좋아하는) 엑셀 함수처럼 명령어를 입력하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고, 오류가 나도 수정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간단한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잘 알지만 나는 사람 마음이 기계 같기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 했으면 (역기능적인 행동) 좀 그만 해라. 라던지 이 정도 (마음을 써서) 노력했으면 (나쁜 기분) 좀 나아져라. 는 마음과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왜 이런 마음은 시시때때로 올라오는걸까. 아마 내가 늘 남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눈치껏’ 빨리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준비된 내담자, 성숙한(?) 아내, 알아서 잘하는 딸, 금방금방 변화하는 친구이기 때문일거다. 이런 나의 노력은 나에게 많은 보상을 주긴 했다. 나는..

일상의 기록 2020.06.01

필라테스와 상담

나에게 필라테스는 내 몸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이다. 모든 동작마다 쓰고자 하는 몸의 부위, 즉 운동의 목표 지점이 있다. 문제는 목표라고 해서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근력이 받쳐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근력이 부족하면 복근 운동을 하면서 배가 아니라 목만 잔뜩 아프거나, 코어 운동인데 어깨만 잔뜩 성이 나게 된다... 이 비루한 몸도 변할 수 있는지 어느 순간 선생님이 힘을 주라는대로 힘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마이갓. 이 얼마나 보람찬 순간인지..!! ‘몸을 쓴다’는 것 만큼이나 마음을 쓰는 것도 배우고 연습해야 가능하다. 내 기분이나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거나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의 힘은 삶에 어려운 순..

일상의 기록 2020.05.28

당신은 강한 사람인가요?

나는 분명 강한 사람이었다. 맡은 일은 빵꾸낸 적이 한 번도 없고, 궂은 일도 나서서 하는데다, 학창시절부터 자주 엄마 같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엄마는 강한 존재의 상징 아닌가). 믿음직스러운 사람, 그것은 나의 정체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눈물이 많았다. 화가 나도 울고, 짜증이 나도 울고, 대학생일 때는 한동안 저녁채플에 가면 찬양 시간에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자주 억울했다. 때로는 남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데 나만 신경쓰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기적이고 뻔뻔한 사람들을 미워했다. 나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나의 삶은 색을 잃은 회색빛이었다. 매순간 믿음직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던 내 하루는 편안할 틈이 잘 없었다. 다채로운 색의..

일상의 기록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