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내가 좋아하는) 엑셀 함수처럼 명령어를 입력하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고, 오류가 나도 수정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간단한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잘 알지만 나는 사람 마음이 기계 같기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 했으면 (역기능적인 행동) 좀 그만 해라. 라던지 이 정도 (마음을 써서) 노력했으면 (나쁜 기분) 좀 나아져라. 는 마음과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왜 이런 마음은 시시때때로 올라오는걸까. 아마 내가 늘 남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눈치껏’ 빨리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준비된 내담자, 성숙한(?) 아내, 알아서 잘하는 딸, 금방금방 변화하는 친구이기 때문일거다.
이런 나의 노력은 나에게 많은 보상을 주긴 했다. 나는 실제로도 많이 변했고, 그 과정에서 대인관계의 친밀함을 느끼고 가꿀 수도 있게 되었고, 마음도 아주 많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눈치로 점철된 인생은 나에게 ‘센스’라는 선물(?)을 주었고, 그렇게 이 삶은 강화되어왔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런 나의 노력은 내가 나를, 남이 나를 수용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몸짓이기도 했다. 나는 부적절한 나를 견디기가 힘들었고, 그런 나는 수용되지 못할거라는 마음은 여전히 내 깊은 곳에 존재한다. 지금은 나의 뿌리 깊은 생각을 알아챌 수 있고, 그 생각의 힘이 많이 약해진 정도?
나는 여전히 눈치껏 행동한다. 그리고 동시에 기분이 나쁘다는 말도 잘하게 되었고,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행동은 의식적으로 줄이고 있고, 온 마음을 다해 노려보면서 할말은 다하는 부부싸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제 눈치를 덜 보는 쪽으로 변할 차례인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나를 멀찍이서 바라본다. 나는 지금 뭘 원하지?
오랜 시간 동안 변하기 위해 노력해온 나의 몸부림은 해방감과 자유로움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건 분명 내가 갈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 상태에 머물러도 보고싶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지금도 괜찮다고,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너에게 변화하지 않아 비난하는 마음보다 걱정스러운 마음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에게도 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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