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당신은 강한 사람인가요?

모난이 2020. 5. 27. 13:07

나는 분명 강한 사람이었다.

맡은 일은 빵꾸낸 적이 한 번도 없고, 궂은 일도 나서서 하는데다, 학창시절부터 자주 엄마 같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엄마는 강한 존재의 상징 아닌가). 믿음직스러운 사람, 그것은 나의 정체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눈물이 많았다. 화가 나도 울고, 짜증이 나도 울고, 대학생일 때는 한동안 저녁채플에 가면 찬양 시간에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자주 억울했다. 때로는 남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데 나만 신경쓰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기적이고 뻔뻔한 사람들을 미워했다.

나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나의 삶은 색을 잃은 회색빛이었다. 매순간 믿음직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던 내 하루는 편안할 틈이 잘 없었다. 다채로운 색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요즘 나는 때때로 약하다. 뭐 이런 일에 이렇게 징징거리냐고 말하며 나를 강하게 하던 목소리는 듣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냥 징징거리는 사람이 되어 너에게 기댄다. 무한연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싶었던 역할은 힘들면 때려치운다. 그래서 집은 자주 더럽고, 남편과 밥을 사먹을 때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요즘 나의 삶에는 색이 입혀지고 있다.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나는 여전히 겁이 많고 자주 불안하지만 마음껏 편안할 때도 있다.

약한 나는 강하다. 너와 함께라면.







 



 



 

'일상의 기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프로적응러가 아니었음을...  (0) 2021.02.01
그놈의 눈치  (0) 2020.06.01
필라테스와 상담  (0) 2020.05.28
결핍은 사람을 비호감으로 만든다.  (0) 2020.05.26
도서관의 희노애락 01  (0) 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