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필라테스와 상담

모난이 2020. 5. 28. 08:56

나에게 필라테스는 내 몸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이다. 모든 동작마다 쓰고자 하는 몸의 부위, 즉 운동의 목표 지점이 있다. 문제는 목표라고 해서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근력이 받쳐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근력이 부족하면 복근 운동을 하면서 배가 아니라 목만 잔뜩 아프거나, 코어 운동인데 어깨만 잔뜩 성이 나게 된다...

이 비루한 몸도 변할 수 있는지 어느 순간 선생님이 힘을 주라는대로 힘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마이갓. 이 얼마나 보람찬 순간인지..!!

‘몸을 쓴다’는 것 만큼이나 마음을 쓰는 것도 배우고 연습해야 가능하다. 내 기분이나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거나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의 힘은 삶에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때 발휘된다. 내가 마음을 쓰기 위해 애썼던 노력은 친밀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운명 공동체로 엮인 부부의 삶은 연애 때와는 사뭇 달라진다. 너의 삶에 벌어지는 일들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준다.

네가 힘들다는데 왜인지 온전히 너의 편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너는 나에게 몹시 서운해했지만(나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나도 나름의 불만이 있던 시절...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가기 위해 절박하게 각자의 마음을 썼다. 나는 너의 편에 서기가 어려운 내 마음을 수차례 들여다봐야 했고, 너는 듣기 힘든 내 마음을 듣기 위해 무척 애써야 했다. 힘겨운 몇날 몇일을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화해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아 부부들은 이런 순간에 멀어지기 너무 쉽겠구나 하고. 우리가 그 고비를 잘 넘기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찔하다.

몸이랑 마음은 다 내꺼 같긴 한데 (분명히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쓰는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초보자에게는 몸을 쓰기 위해 운동을 배우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마음을 쓰는 법을 연습해보고 싶다면 상담을 추천한다.

몸과 마음을 쓰기 위한 투자는 재테크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누구나 삶에 찾아오는 어려움은 피할 길이 없고, 내 삶을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까...

그러니 무엇보다 소중한 내 삶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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