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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눈치

사람 마음이 (내가 좋아하는) 엑셀 함수처럼 명령어를 입력하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고, 오류가 나도 수정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간단한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잘 알지만 나는 사람 마음이 기계 같기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 했으면 (역기능적인 행동) 좀 그만 해라. 라던지 이 정도 (마음을 써서) 노력했으면 (나쁜 기분) 좀 나아져라. 는 마음과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왜 이런 마음은 시시때때로 올라오는걸까. 아마 내가 늘 남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눈치껏’ 빨리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준비된 내담자, 성숙한(?) 아내, 알아서 잘하는 딸, 금방금방 변화하는 친구이기 때문일거다. 이런 나의 노력은 나에게 많은 보상을 주긴 했다. 나는..

일상의 기록 2020.06.01

결핍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feat. 심리도식치료)_1

사놓고 처박아둔 Jeffrey.E.Young의 심리도식치료 책을 보고 있다(역시 사두면 다 볼 때가...). 얼마 전에 뇌피셜로 결핍에 대해 썼던 글(↓)을 이론에 근거하여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아 공부도 할겸 정리를 해본다. 2020/05/26 - [일상의 기록 ] - 결핍은 사람을 비호감으로 만든다. 심리도식치료는 한마디로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았던 만성적인 성격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확장된 인지행동치료'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떤 위협이나 결핍으로 인해 심리도식(schema)이 형성되고, 오랜 세월 함께해서 자아-동조적(ego-syntonic)인 특성(이미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을 보이는 심리도식은 사람들의 삶의 전반에 지배적..

일상의 심리학 2020.05.31

필라테스와 상담

나에게 필라테스는 내 몸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이다. 모든 동작마다 쓰고자 하는 몸의 부위, 즉 운동의 목표 지점이 있다. 문제는 목표라고 해서 항상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근력이 받쳐줘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근력이 부족하면 복근 운동을 하면서 배가 아니라 목만 잔뜩 아프거나, 코어 운동인데 어깨만 잔뜩 성이 나게 된다... 이 비루한 몸도 변할 수 있는지 어느 순간 선생님이 힘을 주라는대로 힘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오마이갓. 이 얼마나 보람찬 순간인지..!! ‘몸을 쓴다’는 것 만큼이나 마음을 쓰는 것도 배우고 연습해야 가능하다. 내 기분이나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거나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의 힘은 삶에 어려운 순..

일상의 기록 2020.05.28

당신은 강한 사람인가요?

나는 분명 강한 사람이었다. 맡은 일은 빵꾸낸 적이 한 번도 없고, 궂은 일도 나서서 하는데다, 학창시절부터 자주 엄마 같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엄마는 강한 존재의 상징 아닌가). 믿음직스러운 사람, 그것은 나의 정체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눈물이 많았다. 화가 나도 울고, 짜증이 나도 울고, 대학생일 때는 한동안 저녁채플에 가면 찬양 시간에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자주 억울했다. 때로는 남들이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모두에게 필요한 일인데 나만 신경쓰는 것 같아서. 그렇게 이기적이고 뻔뻔한 사람들을 미워했다. 나는 사실 너무 힘들었다. 나의 삶은 색을 잃은 회색빛이었다. 매순간 믿음직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던 내 하루는 편안할 틈이 잘 없었다. 다채로운 색의..

일상의 기록 2020.05.27

결핍은 사람을 비호감으로 만든다.

누구나 마음 속에 결핍이 있다.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애정이나 인정, 내가 원하는 모습과는 다른 나의 모습이나 상황,간절히 원했던 것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소중한 것을 상실하거나... 결핍에 대한 반응으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살 궁리를 하게 된다. 애정이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고 예스맨이 될수도 있고, 나는 그런거 필요없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믿으며 무심해지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상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화만 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모습들이 겉으로 보기에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마음 아픈 순간을 견디고 살아내기 위해 애써왔던 사연은 궁금해하고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일상의 기록 2020.05.26

나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

애착에 관심 많은 친구의 영향으로 빌려본 책. 여러 애착 유형의 사람들이 관계에서 보이는 역동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호기심으로 빌렸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빌린 날 다 읽었다. 안정형, 회피형, 불안형, 혼란형 이렇게 네 가지의 유형으로 애착 유형이 구분되었다. 특정한 애착 유형으로 한 사람을 다 설명하는 오류는 피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순한 분류는 나의 소속이 어디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나는 회피형과 안정형의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은 어디일까? 잘 모르겠다. 불안형과 안정형의 어딘가일까? 그래도 분명한 건 우리가 관계에 힘써온 지난 시간들을 통해 서로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 결혼 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근접성 추구'의 욕구도 많이 충..

책을 읽다 2019.07.11

도서관의 희노애락 01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사물함이 없어 책을 짊어지고 욕하면서 다니길 한달 쯤, 마침내 사물함을 배정받아 깃털같은 가방을 매고 집에 걸어가는 길이 신났었다. 도서관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쌓여가는데, 어디다 써놓으면 좋겠다 싶어 만들어놓은 블로그에 남겨본다. #1 울지마요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분노의 기운을 뿜으며 공부(?)를 한다.그리고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후, 운다.조용하게 훌쩍거리며 울지만 상심이 나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 7급 발표가 났던데, 그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마음으로 위로를 전했다. #2 웃픈 천둥소리 늦은 저녁, 조용한 열람실에 갑자기 천둥이 친다.곤히 잠든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를 ..

일상의 기록 2016.10.07